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 중인 글로벌 탄소 감축 프레임워크의 2027년 시행을 놓고 회원국들이 정면 충돌했다.
IMO 사무총장 아르세니오 도밍게스는 14일 런던에서 나흘 간 일정으로 열린 해양환경위원회(MEPC)에서 “이 계획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2050년까지 무공해 해운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이라며, “보다 친환경적인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해운업계의 기후 대응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IMO 탄소 감축안 저지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의 초반 전체 의제 채택에 이의를 제기하며 논의를 무산시키려 했으며, 베네수엘라, 이라크, 카타르 등 일부 국가들이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다수 회원국들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사우디는 입장을 다소 완화하며 “2023년 전략에 대한 이행 의지는 유지하되, 회원국 간의 우려를 조율해 단일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미국도 ‘거대 환경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대표는 “해당 프레임워크는 사실상 탄소세이며, 환경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표는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키프로스, 쿡제도, 통가, 투발루 등 다수 개발도상국은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키프로스 정부는 키프로스선주협회가 반대 입장을 담은 산업 서한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IMO의 탄소 감축안은 온실가스 배출 강도(GFI)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목표 미달 선박에 대해 글로벌 넷제로(Net-zero) 기금에 납부를 요구하는 구조다. 이 기금은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를 조성해 저배출 선박 보상, 기술 혁신,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IMO는 이 규제가 전 세계 해운 탄소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5,000gt 이상 선박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지난 4월 63대 16으로 초안이 통과됐다. 당시 파나마 등 주요 기국이 지지한 반면, 중동 산유국 일부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최종적인 채택을 위해서는 MARPOL 협약 가입국 108개국 중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EU, 중국, 일본 등은 해당 계획에 지지를 표명했으며, EU는 이미 2024년부터 자국 배출권거래제(ETS)에 해운을 포함시켰다.
해운업계 의견도 엇갈린다.
프런트라인(Frontline)과 안젤리쿠시스그룹(Angelicoussis Group) 등 일부 대형 선사는 LNG를 과도기 연료로 채택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을 지적하며 계획의 일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머스크(Maersk) 등은 환경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찬반 양측의 대립 속에 치러지는 이번 IMO 회의와 투표 결과는 향후 글로벌 해운의 기후 대응 방향성과 규제 체계의 표준화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