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G선은 K-조선의 주력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은 글로벌 LNG선 발주의 62%를 가져왔다.
하지만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프랑스의 GTT(Gaztransport & Technigaz)에 멤브레인형 화물창 설계 기술료로 척당 150억~170억 원을 내야 해 '속빈 강정'이라는 빈축을 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국책과제로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 ‘KC-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이 2015년 처참한 실패로 끝나면서 지금까지 10년 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C-1을 적용한 LNG선 2척이 시운전 후 화물창 내부 결함으로 상업 운항이 중단되면서 ‘한국산 LNG 화물창은 위험하다’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
하지만 물밑으로는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이어졌다.
정부는 재차 한국가스공사,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손잡고 KC-2A 개발을 추진했다. 명칭은 ‘한국형 화물창’으로 통일했지만, 실제로는 각사가 독자 노선을 걷는 개별 프로젝트였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별도로 KC-2C를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결함 이슈를 보완하고 단열 성능을 향상시킨 기술로, 자사 시험선 ‘그린누리호’에 탑재해 실증까지 마쳤다. 고속 레이저 용접 로봇 등 첨단 공법도 적용해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HD현대도 KC-2B를 개발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GTT 독점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GTT는 특히 중국 조선업체와 화물창 제조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한국 조선소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지만 한국 조선업계는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LNG 화물창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지만 오너가 아니라 월급쟁이 사장이 사업을 지휘하다보니 오히려 GTT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눈치를 보는 희한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게자는 “조선업계에선 용감한 선주가 한국형 LNG선을 발주해주길 고대하고 있는데 이는 누워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