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로 피해를 입은 선박들이 항구의 입항 거부로 인해 수개월 동안 바다에 고립되는 사례가 늘면서 해운업계의 새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선박에 실린 위험 화물과 복잡한 법적 책임 문제로 인해 항만 당국이 입항을 꺼리면서 선주와 보험사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보고된 선박 화재는 총 250건으로, 이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치다.
그러나 항만 당국은 기술적, 정치적 이유를 들어 화재 피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박들은 피항처를 찾지 못한 채 해상에서 수개월을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8,800TEU급 컨테이너선 '노든 주버나일(Northern Juvenile)호’다. 이 선박은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화재가 난 뒤 카리브해 항만에 피항하기까지 7개월이 소요됐다.
또다른 사례인 ‘완하이(Wan Hai) 503’호는 인도 앞바다에서 폭발 사고로 4명이 사망했지만, 인도와 스리랑카 모두 입항을 거부했다. 결국 이 선박은 아랍에미리트의 제벨 알리항에 정박했다.
예외적인 사례는 영국 애버딘항이다. 애버딘항은 지난 3월 화재 피해를 입은 ‘소롱(Solong)’호를 수용해 청소 및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BDM의 해양 변호사 닉 버지스는 “2002년 유조선 '프레스티지(Prestige)호' 참사 이후 항만들은 손상된 선박의 입항을 꺼리고 있다”며 “선박이 침몰하거나 오염을 유발할 경우, 항구는 막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 해운산업과 보험시장에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항만들이 피난처 제공을 수익성 있는 서비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피항 지연은 선주와 보험사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Brookes Bell의 해양 컨설턴트 아드리안 스케일스는 “피항처를 제공할 수 있는 항구는 거의 없다”며 “수천 개의 손상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청소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재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잘못 신고된 위험 화물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우선 꼽힌다.
Allianz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 화재의 30%가 컨테이너선, 화물선, 로로선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