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한화해운으로부터 LNG운반선을 수주한 것을 놓고 국내 조선업계가 시끌시끌하다.
한화오션의 PR처럼 미국 방위산업 진출이라는 명분은 100점이지만 현실적으로 엄청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2030년까지 연간 10척 이상의 LNG선 건조가능한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으로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너무 성급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계열사인 필리조선소와 공동으로 한화해운으로부터 3480억 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선박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17만 4000cbm급 LNG선을 국내에서 건조할 경우 신조선가가 2억 5000만 달러(약 3480억 원) 가량이어서 일단 업계에선 이 정도 규모의 LNG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원가.
'빅3'의 한 곳에 근무하는 조선베테랑은 "거제조선소에서 블록 등을 건조해 대형 바지선을 통해 필리조선소로 옮기면 원가가 좀 줄어들 것인데 이 경우에도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3배는 들 것"이라면서 "많게는 5배까지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액으로는 척당 7000억 원에서 1조 원까지 손실이 나는 셈이다.
더구나 필리조선소에는 블록 1만 5000톤짜리 처리가 가능한 도크 2개 밖에 없어 LNG선 건조를 위해서는 도크를 바다쪽으로 확장하고 6500톤급 크레인, 고속 용접시스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업계는 이 정도 시설을 갖추려면 대략 1조 원 가량이 투자돼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화그룹은 한국과 미국에 조선소를 가진 유일한 기업으로, 한국에서 발주를 하고 미국에서 수주, 다시 한국에 하청을 하는 순환구조를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LNG선이라는 고난도 선박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필리조선소의 기술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화오션의 글로벌 기술력을 미국 조선업에 접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같은 명분에는 수긍하면서도 속으로 골병이 드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건조된 LNG선이 우대를 받아 좀더 높은 선가를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미국 측에서 손실이 난 원가를 보전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명분과 현실성이 전혀 다른 경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한화그룹으로선 미 해군의 전투함 등을 건조하는 방위산업 참여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먼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의 건조능력을 2030년까지 자동화·설비 고도화를 통해 상선 10척 이상 건조가능한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고, 해군 전투함까지 건조 가능한 전략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한화오션 주가는 23일 오후 2시 20분 현재 전날보다 4.18% 내린 8만 2500원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