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그리스 벌크선 '이터너티(Eternity) C호'에 대한 전쟁위험 보장이 거부됐다.
해당 보험사는 미국의 트래블러스(Travelers) 런던지사다.
이는 이터너티 C호보다 하루 일찍 침몰한 '매직 시즈(Magic Seas)호'의 경우와 상반된다. 매직 시즈호의 보험사 베슬 프로텍트(Vessel Protect)는 잠재적으로 4,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선주인 그리스의 코스모쉽 매니지먼트(Cosmoship Management)는 연간 기준 전쟁위험 보험에 대한 비용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연간 보험료를 받아들였음에도 보험사가 책임을 회피한 것을 비난하지만 선주는 사전에 전쟁위험 해역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코스모쉽 매니지먼트의 다른 선박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이스라엘 항만에 정기적으로 기항했다. 이와 관련, 후티 반군은 더 넒은 의미에서의 선대 무역패턴이 자신들의 목표기준에서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이터너티 C호가 사실상 무보험 상태였으며, 코스코쉽이 손실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쟁 위험 보험은 전쟁 및 테러 행위로 인해 청구가 제기될 경우 지정된 고위험 구역에서 선체 및 보호, 손해배상 보험을 대체한다. 이터너티 C호의 경우 사고 당시 약 1,3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법적 논란과 별도로, 트래블러스의 보험 거부는 상당수 벌크선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일부는 트래블러스의 조치에 불만을 나타낸 이메일을 무단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소동이 일 정도로 이터너티 C호에 대한 전쟁위험 보장 거부는 벌크선 업계는 물론 런던의 해상보험시장에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선주들의 시각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투는 해상보험사들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허가증과 같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런던 시장에서만 전쟁 위험으로 인한 추가 보험료가 작년에 약 4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아무런 비용없이 돈을 긁어모은 것만은 아니며,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일련의 손실 보상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트래블러스의 입장이 그들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 확실히 옳고,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조치라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래블러스의 행동을 도덕적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보험 계약에는 애초에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하나의 거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