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타이난(台南) 법원이 12일 대만섬과 대만해협 펑후(澎湖)섬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파손한 토고 선적 홍타이 58호의 중국인 선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왕 선장(王宣)이라는 이 남성에 대한 판결은 최근 몇년 간 대만 주변 해저케이블이 절단됐다는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처음으로 내려진 징역형 선고다.
대만은 이러한 해저케이블 절단을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이라면서 중국이 대만 케이블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반적인 해상 사고일 뿐"이라고 관련성을 부인하며, 대만이 사건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저에 절연 전선을 매장한 해저케이블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케이블보호위원회(ICCP)에 따르면, 매년 150∼200건의 결함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스템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만에는 10개의 국내 해저케이블과 14개의 국제 해저케이블이 있다.
타이난 법원은 "대만과 펑후섬을 연결하는 케이블 손상은 정부와 사회에 심각한 지장을 일으켰다. 그 영향은 엄청났고, 피고의 행위는 엄중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 해경은 지난 2월 며칠 동안 섬 남쪽 해안에 정박해 있는 훙타이 58호를 발견하고 떠나라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2월25일 새벽 홍타이 58호가 해역을 떠난 지 몇분 후 해안경비대는 해저 케이블이 절단됐음을 알게 됐다.
훙타이 58호는 조사를 위해 대만으로 나포됐으며, 중국인 승무원 8명이 구금됐다. 이후 왕 선장만 기소됐고, 나머지 선원들은 중국으로 송환됐다.
왕 선장은 처음 해저케이블 손상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 중 "케이블이 파손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힘들었으며, 이 지역에 해저케이블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닻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선박의 전자 해도에 케이블 위치가 명확히 표시돼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케이블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사건 담당 검사 쉬슈한은 지난달 BBC 중국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선박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지난 1년 간 화물운송 기록이 단 한 건에 불과했고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대만해협 주변을 항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쉬 검사는 또한 훙타이 58호가 여러 개의 다른 선명을 갖고 있었으며, 왕 선장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선주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말했다.
대만 해경은 선박들은 일반적으로 닻 주위를 원형으로 움직이지만, 훙타이 58호는 닻으로 해저를 똑바로 가로질러 끌고 갔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훙타이 58호가 케이블 주변을 지그재그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케이블의 손상된 부분도 선박의 정박 위치와 일치하고 외력에 의해 손상된 흔적이 보였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2019∼2023년 외부 힘에 의해 해저케이블이 손상된 사례는 36건이었다.
대만은 특히 중국의 사보타주 가능성을 점점 더 경계하고 있다. 대만은 앞서 올 1월에도 중국 소유 선박이 북부 해안 근처의 해저케이블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했지만 선주는 이를 부인했었다.
관비링(管碧玲) 대만 해양위원회 위원장은 훙타이 58호는 대만이 의심스러운 활동으로 감시하고 있던 52척의 선박 중 한 척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선박의 해저케이블 손상 의혹은 대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 중국 선사는 지난해 11월 발트해에서 광섬유 해저케이블 2개를 절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대만 연안 뿐 아니라 발트해에서도 해저케이블 손상이 예민한 사안으로 부상, 인접국들이 케이블 절단 선박을 찾기 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