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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플랜트

한화그룹,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돌려쓰다 '질타'

"김동관 부회장 증인 채택해야"

  • 등록 2025.10.16 11:51:10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수년 전 발생한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 임원을 한화오션으로 보내 조직적인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한화그룹의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와 은폐 시도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내부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한화오션 노사협력팀 직원 소유로 보이는 업무 수첩 내용이다.

 

이 수첩에는 지난해 1월10일부터 7월31일까지 약 7개월 간 한화오션 측의 노무관리 계획과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날짜별로 기록돼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계획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는 ‘조 실장’이라는 인물의 역할이다.

 

업무수첩에는 “실장님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와 WR(우리연합) 같이 가야 함” “조실장님. 복기를 하고 나서 방향, 전략, 시나리오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일보상으로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못 느끼겠음. 타겟을 만나고 있는 정도?” 등의 메모가 발견된다. 조 실장이 사측의 노무 관리 전략을 총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메모에 등장하는 조 실장은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오션 노사상생협력실장으로 발령난 조아무개 전무다. 올해 본부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인사지원실장으로 일하며 노무관리를 총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에 대해 부당한 인사고과를 통해 노조 탈퇴를 압박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시기에 노무관리 책임자로 있었던 것이다.

 

정 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부당노동행위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사건이 벌어질 당시 노무 관리를 했던 책임자가 그대로 한화오션에 전진배치돼 여기서도 노조 파괴 기술을 부려 노조를 와해시키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수첩에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적 정황도 담겼다.

 

가령 “신입사원 300명 중 90% WR, 이외 노무관리” “WR 자체적으로 1600 회원 관리 진행” 등의 메모는 회사 쪽이 사내 직원 모임의 하나인 우리연합(WR)의 회원 수 현황을 모니터링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다. 우리연합은 지난 2022년 한화그룹이 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를 앞두고 조직된 정규직 중심 모임으로, 2022년 6월 하청노조가 도크를 점거하는 등 파업을 벌였을 때 이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벌인 바 있는 곳이다.

 

동향 점검 뿐 아니라 우리연합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한 정황도 감지된다.

 

수첩에는 “차주 고과 발표 이후 우리연합 회원 수 확인”이라는 메모와 함께 “조실장 (월) 실행 계획. 1. 50대부터 깔고 650명 2. 신입사원 깔고 160명” “이번주까지 어떻게 공력할지 1∼2달 파악 후 정확한 명단이 나올 것 같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연합 탈퇴자에 대한 정보도 메모에 포함됐다.

 

우리연합이 실제 사측의 의도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듯한 정황도 포착된다. 7월16일자 업무수첩에는 금속노조가 지난해 추진한 상경 투쟁에 대해 “답도 없는 파업” “힘을 빼야지”라는 메모가 적혀 있는데 이틀 뒤 발행된 우리연합의 소식지에는 금속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며 불참을 독려하는 내용이 실렸다.

 

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언론보도를 보고 많이 놀랐다”며 “조 실장이라는 분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있던 동일한 인물이라면 심각하게 저도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필요한지 관련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한화오션 측은 “업무수첩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화오션 노사협력팀은 특정 제조직에 대한 가입 및 투표를 일체 권유하지 않으며, 생산관리담당자들에게도 부당노동행위 방지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