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를 앞세워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국조선공업협회(CANSI)에 따르면, 2021~2025년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중국 조선소들은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의 64.2%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5개년 대비 15.1% 증가한 것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중국 조선산업이 단순한 생산량 우위에서 기술 경쟁력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완공량 기준으로 중국 조선소의 인도 실적은 전 세계의 51.7%를 점유했으며, 이는 2020년 대비 8% 늘어난 수치다. CGT 기준 점유율도 47.2%로, 같은 기간 11%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정부의 14차 5개년 계획은 조선산업을 핵심 제조업 경쟁력의 축으로 규정하고, 크루즈선·대형 LNG선·심해 자원개발 플랫폼 등 고기술 선종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 속에 장난조선소,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소, 후동중화조선소 등을 포함한 6개 중국 조선소가 건조량·신규수주·수주잔량 기준 모두에서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CANSI 리옌칭(李彦庆) 사무총장은 “설계, 제조,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형 산업 클러스터가 주요 조선기지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중국 조선산업의 역량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선주사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들이 선택받는 이유는 긴밀한 협력 체계와 혁신 역량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한 해양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확대 중이다. 2024년에는 쇄빙 연구선 ‘Jidi’와 심해 다기능 조사·고고학 선박 ‘Tansuo 3’를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연구용 특수선 건조 기술력도 입증했다.
리 사무총장은 “지난 5년간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지능형·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의 도약”이라며 “세계 최초 수준의 친환경 선박 등 주요 해양장비 기술에서도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자적 혁신, 산업구조 고도화, 국제 협력이 중국 조선산업의 고품질 성장을 견인하는 3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14일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항만 이용료 부과 방침에도 불구,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국 조선소 발주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2025년 1~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톤수 기준)의 53%를 확보했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對)중국 해운 조사 이후에도 2023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CSIS는 “글로벌 선주들이 사실상 평소와 다름없이 발주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가 수주 지형에 가시적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