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중국 해운 및 조선업계가 '굴기'를 실현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해운호황도 역할을 했지만 국영금융기관의 '묻지마식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올들어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하면서 자국 경제에 파장을 미치자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영선사인 Cosco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했고, 이는 대규모 신조발주로 이어졌다.
중국의 선박금융은 2022년만 해도 크게 부진했다.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에 의한 반부패 캠페인으로 중국 리스기업의 선박부문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이 철수한 빈자리에는 유럽 금융기관이 들어왔다.
하지만 2022년 후반부터 컨테이너선 시황이 활황세를 보이자 중국정부는 해운과 조선, 금융이 일체가 된 해양산업 정책으로 급반전했다.
그리스의 선박금융 조사기관인 페트로핀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선박융자잔고 상위 금융기관 중, 중국은 중국수출입은행(2위), 차이나뱅크(5위), CMB 파이낸셜리싱(10위) 등 3개사가 '톱10'에 들었다.
금융기관의 지원은 조선소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리스의 선박중개업체 인터모달(Intermodal)에 따르면 11월 현재 중국 조선소의 오더북은 총 2억 2,400만 dwt, 3,256척으로 2023년 대비 37%, 2022년 대비 72%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글로벌 신조선 시장의 약 65%를 중국이 차지했다. 2000년만해도 조선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중국 선사들의 발주도 엄청났다.
중국의 국영선사이자 최대 선사인 Cosco의 경우, 중국 해양산업 정보제공업체인 Xinde Marine에 따르면, 올 4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8개월 동안 건화물선과 LNG운반선 등 모두 98척을 신조 발주했다. 8월 이후 컨테이너선 18척, 벌크선 42척을 잇따라 발주했고, 이달 들어서도 벌크선 18척을 발주했다.
중국 금융기관의 묻지마식 투자는 세계 해운 및 조선업계에 있어 장차 선복 및 도크 과잉을 초래해 '몸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인터모달은 어쨌든 중국은 조선업계에 대한 공공투자라는, 다른 어떤 나라도 수 세대 동안 해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해사산업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