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해운·조선업계 '빅7'이 액화이산화탄소(LCO2)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시장을 겨냥해 전례없는 강도로 똘똘 뭉치고 있다.
조선 부문에서 중국과 한국에 일방적으로 밀리자 첨단 선종에서만은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NYK·MOL·K-Line 등 해운 3사와 이마바리조선·미쓰비시중공업 등 조선 4사로 구성된 '해운·조선 7사 연합'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공동으로 설립한 설계업체 'MI LNG'를 통해 LCO2운반선이나 신연료추진선의 표준선형 선정 작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명침도 바뀐다.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19일 'MI LNG'라는 사명을 내년 1월 1일자로 'MILES'로 변경하고 LCO2선의 개발·설계 업무에 착수하는 등 재출범한다고 밝혔다.
MI LNG는 2013년 4월 설립 이후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의 LNG운반선 설계를 다뤄왔다. 하지만 LNG선 수주 자체를 중국과 한국에 이미 뺏긴 상태여서 LNG운반선 설계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운·조선 7사 연합은 LCO2선 표준선형 선정에 이어 사업영역을 암모니아운반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운·조선 7사 연합에 있어 LCO2선이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 조선소간의 제휴협력을 통해 일본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조선 7사 연합이 일본 해사업계에서 전환점으로 작용, 해운·조선업계가 '올 재팬(All Japan)'의 각오로 대응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LCO2운반선 놓고 韓·中·日 치열하게 각축
한편 새 시장으로 떠오른 LCO2운반선에 있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그 어느 국가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LCO2선 신조를 수주했다. 발주처는 일본 선사인 야마토모기센이며, 1,450㎥급이다. 'EXCOOL호'로 명명된 이 선박은 지난해 11월 인도됐으며, 현재 가동 중이다.
그 보다 한달 뒤인 2021년 10월 중국 조선소도 LCO2선을 수주했다. 노르웨이 오로라가 다롄조선공업(DSIC)에 발주한 것으로, 7,500㎥급 2척이다. 이 중 1호선인 'Northern Pioneer호'는 지난달 29일 인도됐다.
한국은 2023년 7월 HD현대미포가 그리스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으로부터 2만 2,000㎥급 LCO2선 2척을, 이어 올해 초 2척을 추가 수주했다. HD현대미포가 수주한 LCO2선이 현재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LCO2운반선은 LCO2, LPG, 암모니아, 염화비닐단량체(VCM) 등과 같은 다양한 액화가스를 운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