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정부가 수빅조선소를 미국 해군함정 건조의 핵심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호세 마누엘 로물데스(Jose Manuel Romualdez) 미국 주재 필리핀 대사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진중공업이 운영하던 수빅조선소는 현재도 조선시설로 가동 중이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 역량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자국 내 조선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 조선업은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이 양국 간 조선 협력을 강화할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수빅조선소를 미 해군 함정 건조 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은 이전에 이미 필리핀 정부와 미 국방부(펜타곤)와의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현재 수빅조선소 단지에는 4개의 기업이 부지를 임차해 입주해 있다.
이 중 HD현대중공업은 당초 내년 가동을 목표로 했던 조선사업 일정을 앞당겨 오는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키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미국 사모펀드 세르버러스(Cerberus) 소유의 항만운영업체 아길라 수빅(Agila Subic)과 200㏊ 규모의 부지에 대한 10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부지에 약 5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조선 생산설비를 재정비하고, 향후 군용 및 상용 선박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수빅조선소를 둘러싼 필리핀과 미국의 전략적 연계 움직임은 향후 동남아의 조선·해운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조선 역량 재편, HD현대중공업의 필리핀 진출, 필리핀의 방산 인프라 확대가 맞물리며 수빅조선소가 아시아 조선산업의 전략 요충지로 급부상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