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운임에 힘입어 유조선 발주가 급증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VLCC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을 중심으로 한 발주가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선박중개업체 포튼앤파트너스(Poten & Partners)의 애널리스트 에릭 브크히젠(Erik Broekhuizen)에 따르면 2021~2022년 유조선 발주가 저조했지만 2024~2025년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 제재가 확대되면서 아프라막스급/LR2 및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선주들은 노후 선박을 ‘그림자 함대’에 고가로 매각한 뒤, 그 수익을 신조 발주에 재투자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VLCC는 2024년 신규 발주가 전년 대비 3배나 늘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발주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전체 선단 대비 유조선 발주 비율은 16%로 두 자릿수로 아주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7~2009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기록했던 40%에는 못 미치지만 과거 1991~1992년 유조선이 단일 선체에서 이중 선체로 전환되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선박 발주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으며, 선주들의 현금 흐름과 미래 시장에 대한 신뢰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의 유조선 운임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이후 보기 드문 호황으로, 일부 선주는 VLCC 발주가 ‘좋은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선소의 할부 조건도 발주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선주들은 일반적으로 선가의 10~20%만 선불로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유조선 시장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몇 년 후 인도될 자산을 확보하는 것은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선대의 평균 선령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후 선박의 재활용은 제재 무역에 투입된 ‘그림자 함대’로 인해 제한적이다.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이들 선박의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석유 수요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과도한 선박 발주는 톤마일 수요로 흡수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선주들은 신조 발주 결정 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