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 정기선사들이 선박 화재 예방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위험화물 심사 프로그램에 공동 참여하며 업계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세계해운협의회(WSC)는 최근 10년 사이 선박 화재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 중 1/4 이상이 잘못 신고된 위험화물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 지원 이니셔티브는 WSC가 3년간 추진해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화물의 성격을 고의로 위장하는 화주를 식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매년 약 2억 5000만 개의 컨테이너가 이동하는 가운데, 개별 검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키워드 검색과 알고리즘을 통해 위험 가능성이 있는 화물을 선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CMA CGM, 머스크, MSC, 하팍로이드 등 12개 글로벌 정기선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 세계 TEU 용량의 약 70%를 움직인다.
WSC의 CEO 조 크라멕DMS “잘못 신고된 화물로 인해 인명 피해를 동반한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업계가 협력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속 프로그램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가화물국(NCB)이 개발한 심사 도구를 기반으로 하며, 각 선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 화물을 식별하고, 검사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동일한 위험 화물이 다른 선사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한다.
2018년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한 '머스크 호남(Maersk Honam)호' 화재 사건 이후 NCB는 500개의 컨테이너를 검사한 결과, 55%에서 내부 내용물로 인해 검사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팍로이드의 글로벌 화물서비스 책임자 켄 롤만은 “인도네시아산 숯 수출금지 이후 일부 화주들이 이를 목재 정원가구로 위장해 베트남에서 수출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