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항로의 '터줏대감' 천경해운(CK라인)이 베트남에 방점을 찍었다.
베트남과 한국간 물동량 대폭 증가에 맞춰 천경해운이 신조선을 투입하는 등 베트남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 럼(To Lam) 당 서기장이 최근 방한해 2030년까지 한국-베트남 간 교역 규모를 1500억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감안했다.
천경해운은 1962년 설립된 전통 깊은 국적선사다. 1964년 '천경호(天敬號)'를 신조해 한일 노선에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력을 쌓아왔다.
2010년 동남아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7년 3월 기존 대리점을 통한 운영에서 벗어나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는 등 차근차근 발판을 구축해왔다.
그러다 2700TEU급 신조선 2척 중 1척을 다음달부터 호찌민을 경유하는 컨테이너선 항로에 투입키로 하면서 무게중심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이 선박은 부산항 신항~인천항을 거쳐 중국 상하이~닝보~자카르타~인도네시아 스마랑(Semarang)~호찌민 루프다. 소위 'CIK(중국-인도네시아-한국) 서비스'다.
동남아 물량이 늘어나면서 천경해운은 1100TEU급 2척에 대한 신조 발주 계약은 물론 추가 신조를 검토하고 있다.
21일 호찌민 시내에서 만난 정석우 천경해운 베트남법인장은 호찌만 주재 선사의 법인장들 중 가장 젊다. 그래서인지 거침이 없었다.
그는 "회사 매출의 50% 이상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라며 "새 서비스를 론칭하고 신조선을 투입하는 데 있어 베트남이 1순위"라고 말했다.
정 법인장은 "천경해운은 한국과 호치민 구간에 많은 서비스를 집중하며, 화주에 다양한 항차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신규 CIK 서비스를 통해 기존 서비스에 추가로 호치민-부산항 신항 구간에 선택지를 제공하고, 항차수 증편을 통하여 운항 지연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천경해운은 베트남이 중국, 미국 다음으로 한국의 3대 교역국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매년 7~8%의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는 만큼 한국 선사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법인장은 "천경해운이 베트남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천경해운에서 호찌민에서 한국으로 가는 선박은 의류, 가구 등 다양한 완제품과, 화력발전소용 우드팰릿(Wood Pallet), 식품류 등을 주로 수송한다. 소비재는 인천항으로, 화력발전소용 원자재는 광양, 군산으로, 부산은 완제품류 및 삼국간 환적 화물을 주로 수송한다.
천경해운은 러시아 서비스도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후 재건물자 수송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 행보다.
이같은 천경해운의 공격적 행보는, 그간 한일항로에서 꾸준히 내실을 다져온 것과는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오너십이 젊어졌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천경해운 베트남 법인은 호찌민 사무소(27명), 하노이 사무소(10명)로 이뤄져있다.
호찌민발 부산 도착 기준 주당 8개의 서비스를 운용한다. 인천 도착 기준으로는 6개 서비스다. 또 하이퐁발 부산 도착 기준 주당 5개의 서비스를 운용중이다.
호찌민의 주요 터미널인 CAT-LAI 터미널 뿐만 아니라 SP-ITC 터미널에서도 3개의 서비스를 운용한다.
정 법인장은 2013년 천경해운에 입사, 12년 간 수출영업팀에서 일했다. 2024년 3월부터 베트남법인장으로 호찌민에서 활약 중이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