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이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협업을 통해 VLCC를 대거 매입해왔다는 해운업계의 ‘루머’<본보 2026년 2월 5일자 "장금상선-MSC 연합에 VLCC시장 변화 시작" 보도>가 사실로 확인됐다.
주역은 MSC의 지안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 회장과 장금마리타임의 정가현 이사다.
그리스·키프로스 경쟁당국은 19일 MSC가 장금상선의 지배구조에 참여하는 투자 프레임워크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MSC가 장금마리타임의 지분 50%를 확보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50%의 지분은 정가현이 소유한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장금상선의 대규모 VLCC 매입 행진은 글로벌 해운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였고, 공격적이었다.
노르웨이의 선박중개업체 펀리스(Fearnleys) 분석에 따르면 장금상선의 VLCC 매입으로 '그림자 함대'를 제외한 주류 선대의 25% 이상을 장금상선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중개업체 BRS는 최근 보고서에서 “VLCC 운영선사가 매매 시장에서 이처럼 지배적 점유율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며 장금상선을 ‘슈퍼 오퍼레이터(Super‑Operator)’로 평가했다.
MSC는 이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이며 MSC 크루즈를 통한 크루즈 사업과 급성장 중인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넘버 1. 해운·물류그룹이다.
MSC의 이번 VLCC 시장 진출은 해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전환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MSC가 원유 운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글로벌 에너지 해운시장의 판도가 바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SC로선 장금상선을 앞세워 큰 마찰음없이 원유 운송시장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장금상선으로선 MSC와의 협업을 통해 다른 거대 선사의 자금을 이용해 선대를 늘리고 수익을 올리는 이중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VLCC 매입에 투입된 자금은 3~4조원 이상 규모로 추산되며, 이는 '알짜'라는 소리를 듣는 장금상선으로서도 부담스런 수준이다.
한국해운협회의 한 임원은 "MSC로선 자기들이 나설 경우 130의 가격을 줘야 살 수 있는 VLCC를 100으로 사서 좋고, 장금상선으로선 MSC의 자금을 통해 경영압박을 받지 않고 VLCC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하는, 전형적인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이는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이 아니라 그의 외동아들인 정가현 이사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3등 항해사로 출발해 당대에 장금상선 그룹이라는 해운물류 집단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 업계 관계자는 "고비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정 회장의 면모가 이번에는 그의 아들에게서 다시한번 발휘됐다"고 말했다.
한편 장금상선과 MSC의 거래가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 당국은 이같은 거래를 공식 통보 받았으나, MSC와 장금상선의 지분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다른 규제기관의 승인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구조는 공개됐지만 거래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