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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플랜트

[르포]‘대한민국 1호 조선소' HJ중공업…'함정 명가' 귀환

해군 MRO 최적 입지. 차세대 고속상륙정 각광

  • 등록 2025.11.05 05:27:29

 

지난 31일 한국해양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찾은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안벽에 들어서자 거대한 해상 크레인이 위용을 뽐냈다. 이곳엔 대형 조선소의 상징과도 같은 골리앗 크레인은 없다. 대신 붉은색 해상 크레인이 바다를 미끄러지듯 가로지르며 무게 3000톤에 달하는 블록을 들어 올린다.

 

좁은 야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J중공업이 자체 개발·도입한 ‘스키드 공법’이다.

 

배 한 척에는 160개가 넘는 블록이 들어간다. 이를 도크 밖에서 최대한 조립한 뒤 단번에 옮긴다. 이 공법을 통해 도크 점유 시간을 줄이고 연간 건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영도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도크에선 새롭게 건조 중인 선박 블록 용접 작업이 한창이다. 한동안 ‘희망 버스’, '고공 농성' 등 극심한 노사갈등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영도조선소가 완전히 되살아났다.

 

현재 영도조선소의 2·3·4도크는 2028년까지 수주 물량이 꽉 찬 상태다. 국내 최초 도크였던 1도크는 노후로 매립돼 기념석만 남았다.

 

영도조선소는 1937년 설립된 국내 최초 조선소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이자 독도함·마라도함 등 한국 해군 함정의 상당수를 건조한 ‘특수선 명가’로 꼽힌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2021년 새로운 주주와 경영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11년 연속 적자를 털고 흑자로 전환했다”며 “조선업은 수주 후 실적 반영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확보한 물량만으로도 내년부터 흑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각광받는 고속상륙정

 

특수선 블록 조립공장으로 들어서자 해군 경비함, 차세대 고속상륙정(LSF)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 의장재 설치가 한창인 고속상륙정도 눈에 띄었다. 독도함·마라도함 등 국내 대표 함정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고속상륙정은 전차 한 대와 병력 24명, 또는 병력 150명을 태워 해안에 상륙하는 전천후 첨단 함정이다. 시속 약 74㎞로 선박 중 최고속 수준을 자랑하며, 공기부양 방식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선박이라기보다 항공기에 가까운 작동 원리를 갖는다.

 

권재관 HJ중공업 특수선사업팀 공정관리파트 부장은 “전차나 병력을 싣고 완전 무장한 채 바다 위에 1~2.5미터가량 떠 미끄러지듯 이동한다”며 “국내에서 HJ중공업만이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HJ중공업이 각종 특허를 가진 이 고속상륙정은 부가가치도 크다. 정철상 HJ중공업 전무는 "이 크지도 않은 선박 가격이 1000억 원을 넘는다"고 전했다.

  
HJ중공업은 1972년 국내 최초 국산경비정을 건조한 방위산업체 1호 기업이다. 조선소 바로 옆에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자리한다. 정 전무는 “영도야말로 해군함정 유지·보수·정비(MRO)에 가장 적합한 입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특수선 분야에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연계한 성장도 기대된다.

 

유 대표는 “올해 미국 해군 함정 MRO에 필요한 함정정비협약(MSRA) 인증 실사를 마쳤고 1~2개월 내 결과가 나온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와 연계될 경우 기존 실적에 ‘보너스’로 성장 여력이 더해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 'HJ막스급' 1만 TEU로 확대

 

 

HJ중공업은 11년 만에 컨테이너 1만개를 한번에 실을 수 있는 대형선 건조에도 나선다.
 

유 대표는 "연내 외국 선주와 1만 1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좁은 도크의 한계를 극복한 HJ막스"이라고 밝혔다.


HJ중공업은 한진중공업 시절인 2014년 1만 TEU급 컨테이너선을 처음 수주했지만 영업적자 누적으로 2016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됐고, 대형선 건조를 전담하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매각했다.

 

유 대표는 "한동안 컨테이너선을 만들지 않았더니 새로운 선주들이 발주를 꺼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우리 배를 타보고는 '옛날 한진의 저력이 남아 있다'고 평가해 줘서 굉장히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조선소 한편에서는 HMM의 9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시운전을 마치고 인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선박은 친환경인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