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C와 허치슨(CK Hutchison) 간 터미널 매매협상 마감일이 27일로 다가오면서, CK 허치슨과 MSC 자회사인 TIL(Terminal investment Limited) 및 블랙록(Blackrock) 컨소시엄 간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파나마와 중국의 경쟁당국 모두 기존에 체결된 거래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MSC와 블랙록은 허치슨의 터미널 중 중국 내 시설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장을 일괄 인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추진해왔다.
MSC는 지난 3월 투자사인 블랙록과 함께 파나마 운하 양 끝의 발보아항 및 크리스토발항의 터미널을 포함해 전 세계 43개 터미널과 199개 선석을 228억 달러에 일괄 인수키로 한 바 있다. CK 허치슨에 따르면 당시 입찰은 MSC가 주도했다.
허치슨이 선도적인 GTO로 현재의 항만 및 터미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약 20년이 걸렸지만 이 거래로 MSC는 단숨에 8.3%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최대 터미널운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대해 파나마운하관리청(Panama Canal Authority)의 리카우르테 바스케스(Ricaurte Vásquez) 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구조대로 계약이 체결될 경우, 선복 집중의 위험이 있다"며 "특정 터미널 운영사에 상당한 수준의 집중이 발생한다면, 이는 파나마의 시장경쟁력을 저해하고 중립성에도 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MSC의 허치슨 지분 인수가 정기선사 및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업체들에 큰 골칫덩이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드류리(Drewry Shipping Consultants)의 수석 항만·터미널 애널리스트인 에이릭 후퍼(Eirik Hooper)에 따르면 컨테이너터미널 소유권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자국 물류업체 소유에서 DP World, PSA International, 허치슨과 GTO로 대거 전환됐다.
이어 최근에는 정기선사들이 팬데믹 이후 올린 막대한 수익에 힘입어 정기선사 소유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드류리에 따르면 터미널 인수 움직임은 MSC가 가장 두드러진다. MSC는 지난 4년 동안 4건의 터미널 인수를 진행했으며, 누적투자액이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 MSC는 브라질의 윌슨터미널과 볼로레 아프리카로지스틱스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함부르크 HHLA의 지분 20%를 사들였다.
후퍼는 "MSC와 CMA CGM이 팬데믹 이후 업계 평균치보다 약 3배의 금액을 투자하며 GTO 순위에서 포트폴리오를 상당폭 상승시켰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달(Reddal)의 수석 매니저인 쿤 카오(Kun Cao)는 "허치슨 지분 매입으로 MSC는 광범위한 항만통제권을 확보하고 수직적 통합을 통해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경쟁업체들의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쿤 카오는 "MSC는 이 거래로 인해 차별적 관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통합 규모가 경쟁 환경을 왜곡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점을 GTO를 추구하는 컨테이너선사 전체로 확대해 적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MSC의 터미널 지분 인수가 전체 컨테이너선사들 중 최대 규모이긴 하지만, 글로벌 5위, 3위 정기선사인 하팍로이드와 CMA CGM 또한 대규모로 전용터미널 운영권을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류리는 "MSC의 허치슨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4대 컨테이너선사들 중 3곳이 상위 5대 GTO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퍼는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 GTO가 항만을 경영하는 정기선사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