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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르포] 태국 람차방항 가보니…메가톤급 '짬뽕 항만'

컨테이너에 벌크, 자동차 혼재. 설비도 빈티지부터 최신식까지

  • <방콕=이주환 기자> oceanpress@kakao.com
  • 등록 2026.09.27 05:17:00

 

태국 방콕에서 120㎞,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람차방(Laem Chabang)항.

 

현대식 시설을 갖춘 태국의 최대 컨테이너 관문으로 알려진 이 항만은 그러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항만에 도착하기도 직전 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것은 여느 컨테이너항만과 비슷했지만 도로 곳곳이 패여 덜컹거리고 먼지가 날렸다. 정체도 심해 많이 밀릴 때면 이 1㎞ 남짓한 거리를 지나는 데 두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부산항 신항의 정돈된 모습과는 온도차가 컸다.

 

 

항만에서 우선 눈에 띈 것은 종과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서있는 태국에서 제조된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 수천대. 부두에는 대형 자동차운반선(PCTC)이 접안해 있었다.

 

'람차방항은 컨테이너 터미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 상황에 이번에는 저 멀리 벌크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동행한 송영태 장금상선 태국법인장은 "람차방항은 터미널-A 등 일부 시설에서 자동차, 벌크화물 등 다양한 상품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람차방항을 부산항 신항, 중국의 상하이 양산심수항, 싱가포르의 파시르 판장터미널과 같은 최신 컨테이너 항으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딴판이다. 현재까지 터미널 A~D까지 4개 부두가 운영 중이며, 이 중 터미널-C와 터미널-D만 컨테이너 전용이다.

 

 

이렇게 운영하는데도 동남아 4대 컨테이너 항만에 포함된다니 태국의 수출입물량이 그만큼 엄청난 셈이다.

 

람차방항은 특히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물량도 매년 증가세다. 렘차방항은 2025년 약 1,015만 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전년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 정부도 이에 맞춰 연간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기존 약 1,100만 TEU에서 1,800만 TEU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988년 처음 문을 연 램차방항은 2001년 6월 터미널-A2를 개통했고 순차적으로 티미널-B, 터미널-C를 개통했다. 그러다 2018년 터미널-D에 처음으로 컨테이너선이 접안했다.

 

첫 개장 후 무려 38년에 걸쳐 항만이 건설되고 확장되면서 시설 수준에도 큰 격차가 생겼다. 부산항의 70~80년대 모습이 비치다가도 터미널-D에서는 부산항 신항 수준의 최신식 설비가 확인됐다.

 

보안구역을 나타내는 녹슨 철조망, 자동차와 컨테이너 혼재된 듯한 야드, 빈티지 벌크 크레인 등은 좋은 말로라도 현대식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려운 수준. 운영도 구식이어서 터미널-C만해도 크레인 운영이 수동식이고, 터미널-D에 들어와서야 반자동 수준의 운영시스템이 도입됐다.

 

터미널-D에서는 최첨단 시설도 가동되고 있었다. 전기구동 무인자동운항 트레일러 10대가 항만 곳곳을 돌며 운항하고 있었고, 야드 운송장비들도 전기구동식이 많았다.

 

터미널-D 운영업체인 허치슨(Hutchison)의 와란야 침토에이(Waranya Chimtoei) 차장은 "무인자동운항 트럭은 2019년 도입됐으며, 이후 50만 TEU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어날랐다"고 설명했다.

 

 

홍콩계 GTO인 허치슨은 람차방의 최대 운영업체다. 허치슨은 람차방항에서 터미널-A2·A3, 터미널-C1·C2, 터미널 D1·D2를 운영한다. 전체의 2/3 가량이다. 나머지 터미널을 머스크 계열사인 APM터미널, PSA, DP월드 등이 나눠 운영하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람차방항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입지로 보나, 여건으로 보나 람차방항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쪽으로는 미얀마, 북쪽으로 라오스와 중국, 동쪽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맞닿아 있거나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 국가들 사이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태국 정부는 그간 고속철도 신설, 항만 개발, 특별경제구역(SEZ) 운영 등 보다 원활한 물류 환경을 갖추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에 힘을 쏟아왔다. 2015년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로 국가 간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역내 물류는 이곳 태국을 연결고리 삼아 연일 번창하고 있다.


해외업체 입장에서는 태국이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거점 지역일 뿐 아니라 비(非)아세안 국가들에도 자사 제품 수출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항만들 중에서 태국 정부의 의도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은 단연 람차방항이다. 수도인 방콕의 관문 항만이기도 하면서 수심이 터미널-A·B는 14m, 터미널-C·D는 16m로 넉넉해 대형 컨테이너선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다.

 

현지 항만업계 관계자는 "람차방항은 더 확대되고 앞으로 건설될 터미널-E·F에는 최첨단 설비들이 대거 도입될 것"이라며 "그 때쯤이면 완전 자동화 터미널도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