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운영하는 얼라이언스 '제미니(Gemini Cooperation)'가 아시아역내 셔틀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상하이 기항을 생략하고 부산 기항은 줄인다.
항만 혼잡과 기상 악화에 따른 선박 지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항지를 줄여 네트워크 정시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제미니는 머스크 단독 운항으로 진행되던 기존 A04 서비스를 종료하고 A14 서비스를 확대·개편한다.
A04 서비스의 마지막 항차는 9월 23일 4,250TEU급 컨테이너선 'Seaspan Lingue호'가 다롄에서 출항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9월 26일 5,000TEU급 'Ute호'가 톈진에서 출항하면서 개편된 A14 서비스가 시작된다.
개편된 A14 서비스의 기항지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톈진–탄중펠레파스–싱가포르–샤먼–톈진–다롄–부산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하이 기항이 빠진다는 점이다.
상하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서 중국 수출화물의 핵심 집산지이지만, 최근 상하이와 인접한 닝보-저우산항을 등 양대 항만에서 극심한 선박 및 컨테이너 야드 혼잡이 발생하면서 정시성이 악화되고 있다.
제미니가 상하이 기항을 서비스에서 제외한 것은 단순히 기항지를 하나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정 대형 허브항에 선박 운항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접안 대기와 일정 지연을 줄이고 전체 네트워크의 회전율을 높이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선복을 추가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스케줄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태풍 등 기상 악화가 발생하면 상하이·닝보 등 중국 주요 항만의 접안 지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한 항만에서 발생한 지연이 다음 기항지와 환적항까지 전파되면서 선박의 전체 항차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선사들은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 단순히 화물 집하량이 많은 항만을 모두 기항하기보다 기항지 수를 최적화하고 항만 체류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조정하고 있다.
제미니의 이번 조정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상하이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화물 수요를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항만 체류시간과 운항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개편은 한국 컨테이너 물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공된 운항계획을 기준으로 하면 부산항 기항 구조도 기존 대비 축소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부산항을 이용하는 화주와 포워더들은 일부 화물의 선적 일정과 연결 항만을 다시 조정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발 한국행 화물 뿐 아니라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컨테이너의 경우 서비스 스케줄 변화에 따라 환적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부산항 입장에서는 기항 횟수 자체보다 환적 네트워크에서 어떤 역할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제미니의 전체 네트워크에서 부산이 북중국과 글로벌 항로를 연결하는 피더·환적 거점으로 기능한다면 기항 구조 변화가 반드시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개편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곳은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항의 부상이다.
개편된 A14 서비스에서 탄중펠레파스는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핵심 연결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제미니가 탄중펠레파스와 싱가포르를 활용해 북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동시에 인도·동남아시아 및 중동·유럽 등 장거리 항로와의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항만 혼잡이 특정 대형 허브에 집중될 경우 환적항을 분산하거나 대체 허브를 활용하는 것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상하이의 중요성이 낮아졌다기보다는, 제미니가 상하이 의존도를 낮추면서 탄중펠레파스, 싱가포르 등 대체 허브의 네트워크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 구조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제미니의 이번 셔틀서비스 개편을 컨테이너 해운 네트워크의 경쟁 기준이 ‘어디를 많이 기항하느냐’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로 이동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