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스턴항에서 비트코인 채굴장비의 장기간 통관 지연을 둘러싸고 선사와 화주, 항만당국 사이의 법적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세관당국의 검사로 수개월간 화물이 반출되지 못하면서 체화료 및 지체료(Demurrage·Detention), 장기 보관료, 통관비용 등의 책임 소재를 놓고 관련 당사자들이 각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분쟁의 중심에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ZIM과 캐나다계 비트코인 채굴장비 제조·유통업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비트코인 채굴장비를 컨테이너 약 147개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검사와 통관 절차로 약 3개월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장기간 터미널과 보관시설에 머물면서 관련 비용이 급증했다.
문제는 통관 지연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다.
화주 측은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 선사나 항만의 운영 문제가 아니라 미국 세관의 검사 및 통관 절차였던 만큼, 이 기간 발생한 체화료와 보관료를 화주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사와 항만 측에서는 컨테이너가 터미널과 장치장에 장기간 머물면서 실제 공간과 장비가 점유됐다는 점을 근거로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ZIM은 약 700만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약 5,880달러의 체화 관련 비용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항 역시 장기 보관과 관련해 91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단순한 화물 처리지연을 넘어 세관 검사→터미널 장기 체류→체화료 및 보관료 발생→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장비의 공급망 리스크도 보여준다.
비트코인 채굴장비는 일반적인 소비재와 달리 고성능 반도체와 전력장비가 결합된 특수 전자장비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관세 분류, 전파·전자파 규제, 세관 신고 및 원산지 관련 규정 등 다양한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관련기업 자료에서도 채굴장비의 국제운송과정에서 CBP나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사와 통관 조치가 공급망 지연 및 추가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명시돼 있다.
특히 채굴업체 입장에서는 장비가 통관되지 못하는 기간 자체가 곧 채굴수익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컨테이너가 세관 검사 등 선사의 직접적인 통제 밖에 있는 사유로 장기간 체류할 경우 D&D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라는 해운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주요 항만에서 통관 지연이나 검사 강화가 발생하면 선사는 컨테이너 회전율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장치공간과 장비를 투입해야 한다. 항만 역시 장치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다른 화물을 처리할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화주가 부담하는 직접 비용 뿐 아니라 선사와 항만의 장비 회전율 저하, 터미널 공간 부족, 컨테이너 재배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