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발주 시장의 판단 기준이 가격에서 납기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수주를 기반으로 물량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도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선주들이 납기 지연 가능성을 현실적인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다.
일부 선사들은 신조선가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이를 감수하더라도 인도일정이 확실한 조선소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 글로벌 탱커 선사 하프니아(Hafnia)다. 이 선사는 당초 중국 헝리중공업에 MR탱커 8~10척 발주를 검토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HD현대중공업을 선택<본보 2026년 4월 3일자 'HD현대重, Hafnia로부터 MR 탱커 8척 수주' 보도>했다.
HD현대중공업은 MR탱커 척당 가격이 중국 조선소 대비 약 400만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도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니아 측은 조기 인도 슬롯 확보를 통해 장기 수익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발주 의사결정에서 납기 확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조선소의 납기 신뢰도 문제는 허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저가 수주 전략을 통해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면서 대다수가 도크를 이미 3~4년치 이상 채웠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프로젝트에서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며, 납기 준수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지정학적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송망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세계 LPG 교역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해협의 운항 차질로 VLGC 운임은 전쟁 이전 대비 약 50% 상승했다.
석유제품운반선 역시 약 195척이 페르시아만에 묶이며 공급이 제한됐고, 운임은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조선 시장은 상승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상승 사이클에서 선박 인도 시점은 곧 수익 실현 시점과 직결되기 때문에, 납기 경쟁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